내가 가진 고통이 제일 큰 고통이다
교통사고 이후 나에게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내가 겪은 고통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나 아픔을 들어도 크게 공감할 수가 없었다.
‘저 정도 고통으로 아프다니, 그 정도의 고통은 나의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다 보니 점점 주위에 사람들이 사라지는 기분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느 날 사람들마다 체감하는 고통은 다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군대 이야기 하기를 즐긴다.
마치 전장에 갔다 온 사람처럼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방위든 최전방에서 특수부대를 나온 사람이든 다들 자신이 있었던 곳이 제일 힘들다고 가장 힘든 훈련을 했다고 말을 한다. 그 시간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찌 보면 제일 힘들고 아픈 것이 아닐까?
그들이 겪은 경험에 대해 힘듦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입을 닫고 주위에 친구는 점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몸에 대한 통증이나 군대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누가 봐도 심각하지 않은 문제로도 엄청나게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누구는 신경이 살짝만 눌러도 아플 수 있고, 누구는 척추가 깨져도 큰 고통을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목의 통증이 왔다. 디스크인 것 같지도 않고 단순히 근육통인 느낌인데... 예전에 내가 느꼈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허리의 통증이나 고생에 비하면 10분의 1일 아니 20분의 일도 안 되는 고통이었데...
하루 이틀 지날 때마다 짜증은 커지기 시작했고 불안은 점점 커졌으며 무언가를 하려면 의욕이 상실되고 만사가 싫증 날 정도였다.
그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척추가 깨진 내가 현재 목 삔 나를 보면 어떤 말을 해줄까?’
“야 목 살짝 삔 것 가지고 뭘 그리 유난을 떨고 호들갑이야? 너 척추 깨져봤어? 너 목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럼 목 삔 나는 자존심도 상하고 ‘뭐 이런 놈이 다 있어?’라고 생각했겠지?
참 기분 나쁜 일이었을 것이다.
순간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재수 없는 생각하고 있었구나. 누구나 아픔에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사람의 일은 참 상대적인 듯하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세상은 나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잘못이나 실수에는 항상 이유를 붙이고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제일 힘들고 내가 제일 멋지고 내가 제일 잘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교육받았고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이 들고 나니 나의 상처로 인해서 주위의 많은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사람들에게 피해를 받지도 않았고 그들이 나를 공격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유독 사람들에게 불만을 가지고 이기려고만 하고 살고 있었을까?
그들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는데... 나의 무의식 속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나를 만든 이유를 찾고 싶다.
내 머릿속에 나의 잠재의식 속에 세팅된 기본값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이런 반응들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었다.
일단 문제를 발견했고 나의 문제점을 파악했으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국에 이런 문제를 고치지 못한다면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나 자신일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떠나면 나는 나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이 한 사람씩 떠날 때마다 나는 나의 재산을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내가 척추가 깨지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낼 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들은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지만, 걱정을 해주는 듯하였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비수가 되었고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었다.
한 명이면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마다 얘기하니 나는 한명인데 그들은 다수였다.
심지어는 나를 모르는 사람까지도 나에게 비수를 날렸다.
결혼은 했냐? 그렇게 아프면 결혼은 못 하겠네... 총각이 그렇게 아파서 어떡하냐? 등등...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이 상처였다.
그 모든 것이 아픈 허리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 말들이 나의 아픔과 결합이 되어서 세상을 비뚤어지게 바라본 듯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상처받았는데 그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다니.
학폭의 피해자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또 피해를 주는 꼴이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학폭 피해자는 착해서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힘이 없어서 당하는 경우도 있다. 힘이 생기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참 아픈 현실이고 찌질한 상황이다.
내가 고통을 받았다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게 멋진 일이고 답인데...
누군가의 잘못을 이해하기보다는 그들을 이겨야 한다? 이를 무너뜨려야 내가 산다?
이런 식의 사고가 강하게 박힌듯하다.
다시 한번 세상을 그리고 내 인생을 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듯하다.
누군가는 무심코 한 말에 나 혼자 상처받고 그 사람은 기억도 못 하는데 나 혼자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건 아닌지?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나 고립되고 혼자 잘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많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두고 고민을 해보니 문제가 제대로 보였다.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현상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
교통사고로 다쳤을 때 그 차가 이상했다. 그 차에 대한 정보를 일 시키는 사람이 제대로 알지 못했다.
도로가 미끄러웠다. 등등 핑곗거리만 만들었는데... 그것은 나의 삶에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하니 이제 진정으로 사람이 보이고 사랑을 조금씩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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