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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즐기다 100m도 걷지 못한 수강생

내가 만난 사람들

by BC재원쌤 2022. 12. 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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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 등산

우리 동네에 구청에서 하루는 연락이 왔다.

테이핑을 주민들이 배우고 싶다고 하여 강좌를 개설하고자 하는데 혹시 시간이 되냐는 연락이 왔다. 

그 당시 수업이 매우 많아서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시간을 비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 수업에 회원들이 오셨는데 너무나 반응이 없고 조용하기까지 했다. 

물론 우리 동네가 좀 그런 분위기이긴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시간을 비우고 왔었는데...

그래도 마음을 잡고 테이핑 수업을 시작하였다. 

회원님들이 워낙 마음이 닫혀있는 듯하여 조금은 힘들겠다 생각했지만, 테이핑에 대한 믿음은 확실했기

에 곧 마음을 열거라 생각했다. 

첫 시간은 오리엔테이션과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허리 테이핑을 시연하였다. 

그리고 늘 했던 것처럼 "혹시 허리 아픈 분?"하며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한 분이 허리가 아프다며 나오는데 이분은 병원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이었다. 

딱 봐도 상당히 아픈 것 같았다. 속으로 분위기도 안 좋은데... 현재 이렇게 상태가 안 좋으면 조금 힘들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태연하게 테이핑 시연을 했다. 

그러고 나서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움직임도 큰 차이가 없고 통증도 줄어든 지 잘 모르겠다고 했

다. 

설상가상이었다. 

힘든 수업이 끝나고 테이핑의 효과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음 수업은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 수업 때 허리 아프신 분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수업하고 있는데 한 10분 지났을 때 그분이 오셨다. 

그런데 표정이 조금 좋았다. 그래도 물어보지 말자고 생각했다. 

말도 안 시켰는데 그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선생님, 그날 집에 가서 잠도 잘 자고 좋았어요~"라고 말

했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수강생들끼리 얘기가 됐는지 이미 마음이 조금 열려 있는 것 같았다. 

무릎 테이핑을 하고 있는데 한 분이 눈에 띄었다. 

"무릎 아프신 분?" 하니깐 바로 손을 드시는 것이었다. 

무릎이 어떻게 안 좋은지 물어보니 40대가 되었을 때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먹고 산다고 운동조차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여유가 생기니 몸도 관리를 

하고 취미 생활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등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등산이 이렇게 자신과 맞고 재미있는지 몰랐다며 그때부터 거의 목숨 걸고 등산했다고 한다.

자신보다 훨씬 오래 하고 잘하던 분들도 그분을 인정해주고 몇개월 되지 않아 산을 제일 빠르게 잘 탔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하나둘씩 등산을 그만두기 시작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오랜 기간 등산하니 무릎이 망가져서 더 이상 등산을 못하겠다고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몸 관리를 잘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이 다들 그만뒀지만, 자신은 50대 후반까지도 건강하게 재밌게 등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순간 갑자기 무릎의 통증이 왔는데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한 방에 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서서히 오니깐 등산을 그만둘 시기를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더 나빠지기 전에 그만둬야겠다고 나갔는데 그 회원님은 갑자기 안 좋아져서 걸음도 제대로 못 걷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무릎 아대를 차야지만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대를 하지 않으면 100미터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상황에 딸이 시집을 가서 손녀까지 낳게 된 것이다. 
맞벌이하는 딸아이였기에 아이의 돌봄은 자신의 몫이었다고 한다. 
무릎도 좋지 않은데 아이가 무릎 위에서 뛸 때면 그 고통은 말을 못 하고 고생하는 딸에게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딸의 아파트에서 하는 테이핑 수업을 듣게 된 것이다.  
차라리 조금 빨리 아팠더라면 대비라도 했을 텐데 늦게까지 아프지 않아서 더 후회된다고 했다. 

그분을 앞으로 모시고 테이핑 시연을 했다. 
그날도 무릎아대를 하고 오셨다. 당연히 무릎아대를 안 하면 100미터 이상 걷기 힘드시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테이핑했다. 테이핑 후 아대를 다시 하려는 것을 하지 말고 걸어보라고 했다. 아대를 가지고 다니기는 하되, 착용하지 말고 생활하라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다음 주가 되어서 또 그분을 기다렸다. 
결과가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테이핑을 사랑하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마침 시간이 되어 오셨는데 "선생님 아대를 안하고 걸어도 아대한 것보다 더 편안하게 걸었어요. 한 가지 더 바랄 게 있다면 통증이 조금만 더 줄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으셨다. 

첫 테이핑은 대퇴사두근의 문제를 해결하는 테이핑이었는데 이번 주에는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도 함께 케어할 수 있는 테이핑을 했다. 
대부분 무릎이 아프시면 앞쪽이 아프기 때문에 앞쪽만 신경을 쓰는데 햄스트링(허벅지 뒤쪽)의 문제가 발생해도 통증은 앞쪽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뒤쪽까지 해 드리니 다리가 너무 가볍다면서 다시 산에 가도 되겠다고 하셨다. 
농담이었지만, 농담도 하지 말라고 했다. 완벽하게 좋아지기 전까지는 산은 보지도 말라고 했으며 좋아지더라도 산은 좀 자제하라고 말씀드렸다. 
8주 강의였는데 2,3,4,5주 4번을 테이핑해드렸고, 그 뒤로는 스스로 테이핑했다. 
이제는 테이핑을 안하고도 걷기가 편하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모르니 테이핑을 주기적으로 하라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서 하는 운동이 강도조절 실패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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