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온 적이 있다.
재취업을 위한 강사양성과정을 들었었는데 거기에 강사등록이 되어 있어서 연락이 왔다.
울산은 중공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큰데, 당시 중공업의 분위기가 분사에 명퇴 등 엄청 힘든 상황이었다.
분사라고는 하지만, 분사 같은 경우는 본사 직원이 협력사 직원이 되는 것이고 그것도 울산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이사까지 가야 하니 퇴직하거나 이사하고 본사 혜택 못 받고 월급도 깎이는 것이었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명퇴로 나오니 교육기관에서는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강의를 많이 하는 분위기였다.
나 역시 거기에 투입되려고 강사 양성 과정을 들어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지만, 나의 전문 분야도 아니고 누군가의 재출발을 돕는 자리에 며칠 교육받았다고 서는 것은 성격상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역제안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공업에서 적게는 몇 년에서 많게는 몇십년을 일하신 분들인데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 뭘까? 생각해보았다.
나의 전문 분야인 테이핑이 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어떻게 옷을 입히느냐가 중요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일을 했기 때문에 특정 근육은 줄어있고 특정 근육은 늘어난 상태일 것이 확실했다.
특히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등이 항상 늘어나 있고, 복근은 줄어있어서 허리와 목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손을 많이 쓰기 때문에 회전근개에 문제들이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전체 주제가 재출발을 위한 Refresh! 였다.
그래서 컨셉을 다시 출발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정신 무장과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몸의 정비도 필요하다.
그 컨셉으로 역제안하니 통과했다.
실제로 강의에 가니 중공업 명퇴하신 분 보다는 주부나 정보가 빠르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주객이 전도되어있었다.
그렇다고 강의를 안 할 수는 없지만, 마음 아픈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교육받은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한다.
강의에 가서 강의하는데 처음에는 이론을 간단하게 하고 혹시 몸에 문제가 있는 분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니 우아하게 생겼지만, 인상을 쓰고 계신 분이 손을 들었다.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어보니 척추 측만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 고통이 심해서 인상을 쓰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스토리를 들어보니 중견기업의 사모님이었는데 사업이 완전히 망해서 길바닥에 나갔었는데 부부가 다시 힘을 합쳐서 기업을 살리신 대단한 분이었다.
그때 너무 스트레스도 받고 몸을 함부로 굴려서 측만증이 왔다는 것이다.
사실 측만증은 치유가 잘되지 않는다. 특히 측만증은 아이 때 결정이 나는데 10에 8명은 성격도 느긋하고 게으르다. 몸도 성격 따라 가는 것 같다.
측만증인 아이들의 근육을 보면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다. 근육 본연의 기능을 하기 싫어한다.
측만증인 경우 늘어난 근육은 강하게 만들어주고 강하게 굳은 근육은 늘려줘야 하는데 측만증인 경우 굳은 근육이 없는데 휘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근육을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이들의 성격은 느긋하다. 근육도 그래서 근육이 잘 생기지도 않는다. 운동하기도 싫어한다.
마지막 난관은 이들은 측만증에 대한 경각심도 없고 아프지도 않다. 단지 부모님들만 걱정하셔서 측만증은 거의 불치병 수준이다.
하지만, 이분은 어른이고 해서 그래도 가능성은 있었다.
강의 때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이다.
강의 때 앞에 나오면 가능성만 보여주는 것이다.
앞에 나왔을 때 몸의 움직임이나 골반과 어깨뼈를 촉지해서 몸의 기울기를 보여드린다.
그런데 육안만으로도 상당히 휘어있었다.
테이핑하고 허리 좀 풀고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했다.
다들 이것으로 무언가 변화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며 1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어깨와 골반의 기울기를 보여드리자 다들 깜짝 놀라 하셨다.
나오신 사모님도 조금 느낌이 좋아진 듯하다고 말씀하셨다. 극적인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자기 몸을 볼 수 없으니 조금은 안타까웠다. 변화를 눈으로 봤다면 좀 더 좋아질 확률이 높을 텐데...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는데 처음의 그런 인상을 쓰고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러더니 다시 일어나시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물어보니 그분이 말씀하셨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테이핑 하나로 이렇게 될 수 있나요?
제가 허리 때문에 쓴 돈이랑 고생 한 게 얼만데 이렇게 쉽게 나아질 수 있나요? "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것은 "이 한 번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건 아닙니다. "
그랬더니 그분은 "아니 그래도 그렇지 병원이고 잘한다는 데는 다 다녔지만, 몇 번을 다녀도 이렇게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 앉혔더니 옆에 계신 분이 "내가 뭐라고 그랬어? 뭔가 느낌이 올 거라고 얘기했지?"
사실 옆에 계신 분도 예전에 다른 강의에서 들었던 분인데 너무 신기해서 나의 강의가 있다고 하길래 모시고 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분은 아까 말씀드렸던 10명 중 2명에 속하는 분이고 나이가 있으시기에 더욱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또한 통증이 있었기에 통증의 호전도 생긴 것이다.
이렇게 강의를 다니며 누군가를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축복이고 나의 수업을 듣는 사람 역시도 복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사람을 못 만났지만, 다시 강의의 문이 열리면서 강의가 들어오고 또 긍정의 물결이 흘러가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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