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핑 수업을 하러 가면 몇몇 분들은 필기도구를 잘 챙겨오신다.
이런 분들은 다른 수업도 많이 들어본 분들이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필기를 너무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하는 말은 테이핑은 공부하는 수업이 아니라 실습하는 수업이다. 라고 말을 한다.
실습할 때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로 실습을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실수나 시행착오를 통해서 점점 발전해나가는 것이지 머리로 이해하고 이론적으로 완벽할 때 실습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 이론적으로 파시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 보면 조금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나 역시 조금 미련한 면 있음을 항상 보고 느낀다.
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같은 일을 반복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위안을 삼는다.
복싱을 시작한 지 4개월째다.
운동을 좋아하고 체육대학을 다녔기에 운동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50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지 않고 싶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는 편이다 .
그런데 요즘은 운동하면 근육통이 예사롭지 않다. 젊을 때는 근육통이 생기면 1주 정도면 근육통이 사라지고 그다음부터는 기분 좋은 당김 정도만 생겼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 기분 좋게 뻐근한데 그럼 "아~ 열심히 했구나!"라고 뿌듯했다.
지금 나의 상황은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알이 배기고 계속 배긴다. 풀리기도 전에 또 알이 배기고 회복이 확실히 느려졌다. 기분이 좋은 알 배김은 없는듯하다. 계속해서 찐 근육통이 생긴다.
나는 허리 수술 전에 염증이 많았는데 몸에서 빼낸 염증만 3리더 가까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척추에서 생겨서 엉덩이 허벅지 무릎까지... 그래서 그때 근육을 막 휘저으며 근육이 정상이 아니란 생각은 했었다 .
신경 또한 오랜 기간 눌려있었고, 근육을 잘라놓은 상태라 상태도 좋지 못했다.
그래서 무슨 운동을 하든지 왼쪽 허벅지보다 오른쪽 허벅지가 항상 약하다
그런데 복싱하고 나서 4개월 동안 오른쪽 허벅지(대퇴사두근 중 외측광근)가 계속해서 뭉쳐 있고 걸을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 특히 계단을 내려올 때면 아프고 힘이 많이 들었다.
왜 그럴까? 라는 생각보다는 수술 이후 많이 약해졌구나. 거기다 나이도 많이 들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길어도 너무 긴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테이핑을 한 번 해보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4개월 만에. ㅠㅠ
참 부끄러운 생각이었다. 수강생들에게는 일단 한번 붙여보라고 했는데 정작 강사인 나는 그렇지 못하고 여러 가지 핑계랑 자기 위안했었다.
테이핑하고 나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테이핑은 사랑이었다.
내가 이렇게 고민하거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 했을까? 그냥 반사적으로 붙이면 될 것을...
일단 테이핑을 바르는 순간 근육의 당김이 90% 이상 줄었다.
아 나의 어리석음에 부끄러웠지만, 너무 편안했다.
테이핑 강사가 테이프가 없어서도 아니고 못 붙여서도 아니고... 참...
그래도 5개월은 넘기지 않았다 ㅎㅎㅎ
나에게 찾아오는 분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 좋아질 거라는 핑계들. 그러나 테이핑하는 순간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라는 말을 한다. 그러면 나는 당연히 좋아질 수 있다고 말을 했다.
테이핑은 스침 효과가 있다. 내가 정한 효과이긴 하지만, 스치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 스침 효과이다.
테이핑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일이다.
친구 어머니께서 어깨가 아파서 찾아갔었는데 어깨 테이핑을 해드리니깐 움직임이 좋아졌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셨다.
그래서 다른 안 좋은 곳 있냐고 여쭤보니 허리가 안 좋긴 한데 이건 안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난지 20년 이상 되었고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라고 해 보니 무릎 정도 내려가시더니 더는 못 내려가셨다.
그래도 속는 셈 치고 붙여 보라고 했다. 테이핑 후 20년 이상 아팠던 허리. 손이 무릎 쪽에서 파르르 떨렸었는데 갑자기 발목까지 내려갔다.
가족들이 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렇게 놀라지는 않고 갑자기 일어서시더니 머리 감는 동작을 하시는 것이다. 어머님께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어깨가 아파서 머리를 감지 못하였는데 머리 감는 동작이 된다면서 너무 좋아하시는 것이다.
아니 허리가 20년 동안 아프시다가 저렇게 내려가는데도 그것은 거의 무시하고 어깨의 움직임에만 놀라시는 것이다.
참 많은 분이 생각이 난다. 예전에 들었던 얘기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남자가 사막에 있었는데 너무나 뽀뽀하고 싶었다. 사막에 여자가 없으니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옆에 낙타가 보이는 것이다. 여자가 없으니 낙타에게라도 뽀뽀해야겠다고 안간힘을 썼다.
낙타는 너무나 힘이 셌고, 낙타도 눈은 있었다.
몇시간을 노력했는데도 되지 않고 방심한 틈을 타서 노려도 뽀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그 남자였기 때문에 마지막 사력을 다해서 뽀뽀를 시도했다.
조금만 더하면 될 것 같은데 너무 아쉬웠다.
때마침 그 사막에 아름다운 여자 한명이 나타난 것이다. 그 남자의 이상형이었다. 남자가 목숨을 걸고 낙타랑 싸우니 궁금하기도 하고 뭐 도울 길이 없는지 물었다.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다.
남자는 한참 고민하더니...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냐고 했다. 그래서 그 여인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꼭 들어주겠노라고... 남자는 너무나 기뻤다.
남자의 소원은 그 여자분에게 순을 내밀어서 낙타를 꽉 잡고 있으라고 했다.
그 사이에 낙타에게 뽀뽀하려고 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원래는 여자와 뽀뽀하고 싶었던 것인데 여자가 없어서 낙타를 택했고 거기에 목숨 걸다 보니 이상형의 여자가 나타났는데도 낙타에 집착했다.
우리도 이런 어리석음은 하나씩 가지고 있다.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서 무언가를 샀는데 아이가 재밌게 놀다가 그 물건에 문제라도 생기면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된다.
목적은 가족의 행복과 즐거움인데 싸해지니.
본질을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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